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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라알입니다.

오늘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이야기하고 있는 애자일(Agile)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올해 급작스러울만큼 여러 기업들이 신년사 및 여러 언론을 통해 앞으로 애자일하게 움직이고 애자일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갑자기 유행이 되니 처음 듣는 사람들은 마치 애자일이 새로운 용어이자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론으로 이해하고 무작정 애자일로 가야한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애자일(Agile)은 2000년대 IT업계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으로 처음 등장하였고, 그동안 수십년간 여러 기업들이 시도하고 도입해보았던 개발 방법론이나 지금처럼 여러사람들이 입에 담는 용어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4차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코딩 열풍이 불었고 IT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관심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관련된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덩달아 애자일을 외치는 사람들도 같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애자일이 주는 혁신성과 스피디함이 경영자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 듯 하고 애자일 경영이라는 용어까지도 나오게 된 듯 합니다. 여기서 애자일 경영이 의미하는 것은 방법론이 아닌 조직문화의 개선이자 경영철학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빠른 적용과 빠른 개선 자유로운 피드백 등이 그 주된 목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신년사에서 선언을 하고 8개월이 지난 지금 과연 애자일 경영이 조직내 자리잡았나를 돌이켜보면 의문이 많이 남습니다. 사업 분야, 회사, 조직, 사람에 따라 케바케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의 애자일 문화가 완벽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당시일이 더 걸릴것으로 생각되며 정착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건설업과 제조업을 성장해온 나라이고 여기에서 시작된 기업문화들이 산업군 전반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정신없이 일하면서 이끌어온 산업이고 우리나라의 급속한 성장을 주도해온 산업이기 때문에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로 인해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되는 시대에 가장 큰 걸림돌인건 사실입니다.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시작된 납기준수, 원가절감, 기업 간 갑을관계, 잦은 설계변경 등등 회사의 프로젝트나 일을 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이 아직까지도 자리잡아 있고 이는 쉽게 변하지 않는 기업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IT SI시스템 개발이나 광고/홍보, 디자인, 설계 등 여러 분야에서 이같은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애초에 수많은 협의를 통해 설계를 짜고 목표 기간과 비용을 산정하여도 갑의 요청에 따라 수도없이 변경이 되고 손절되면서도 원가절감과 납기준수라는 미명하에 시간은 모자라고 투입자원도 모자란 상태에서 억지로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여기서 애자일이 주는 변경의 자유로움과 스피디함은 탁월한 대처방안이 된 것처럼 보여지고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시연 제품을 내놓고 피드백을 받고 다시 수정개발하는 주기를 굉장히 짧고 빠르게 가져가면서 점차 미지의 완성품을 만들어가는 이 방법론은 관리자들과 현업 담당자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 매력만을 바라볼 뿐 상대급부인 납기준수와 원가절감에 있어서는 기존과 똑같은 방식을 고수하고자 합니다.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을 하게 되면 완성을 지을 예상기간과 투자비용을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고 얼마나 많은 자원들이 투입될지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후반 프로세스에서의 설계변경으로 들어가는 추가비용을 감안한다면 당장은 돈이나 시간이 더 들어가는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은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과 같이 기업을 점차 성장시켜나가야 하거나 고객들을 대상으로 작은 제품이나 앱을 선보이면서 점차 성장시켜나가는 상황에서는 이보다 적합한 방법론이 없을 것 입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어느정도 산업이 자리잡혀있는 분야에서는 앞서 말한 기존 방식과의 충돌로 인해 성공하기 어렵게 됩니다. 초기에 비용을 산정하기 어려운 만큼 한 스크럼 주기가 진행될 때 마다 관리자는 처음부터 잘 했으면 더 비용을 줄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되고 애초 목표한 기간의 절반이 지나도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 납기 기한을 압박하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 프로젝트에는 애자일이라는 방식이 그리 좋은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애자일이라는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애자일을 고수하며 발생된 프로젝트의 실패는 애자일에 대한 회의감과 불신이 쌓여가는 형태가 되게 되고 다시 예전의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게 됩니다. 

실패에 익숙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갑/을간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실리콘 밸리와 갑질문화와 납기준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혀있는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점차 젊은 세대들이 사회에 자리잡아가고 있고 점차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것이 체감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을 때 뉴 꼰대로 자리잡는 것이 아닌 열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한다면 우리나라도 선진화된 기업문화와 조직문화를 가지게 될 날이 멀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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